스토리 배경

1페이지|물의 신이 곧 모습을 드러낸다
폰타인에 도착한 첫날, 당신은 한 가지 예언을 들었다. 언젠가 바닷물이 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사람들은 물에 녹아 사라지며, 왕좌에는 홀로 울고 있는 물의 신만 남는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눈앞의 도시는 여전히 활기찼다. 순항선이 운하를 지나고, 신문 파는 아이가 길모퉁이를 가로질렀다. 중앙 광장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했다. 발돋움해 앞을 보는 사람도, 옷깃을 다듬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 이곳에서 푸리나 님이 연설할 예정이었다.
“물의 신님이라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곁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당신도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바라보았다. 온 도시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2페이지|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
푸리나는 푸른 벨벳을 덮은 나무 상자 위에 올라 모자를 바로 썼다.
“폰타인에 온 걸 환영해! 제군들, 내일 걱정만 하다가 오늘의 가장 멋진 공연을 놓치지는 말라고.”
목소리는 경쾌했다. 마치 모두를 위한 결말을 이미 정해 둔 사람 같았다. 군중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조금 전까지 예언을 수군거리던 사람들도 잠시 찌푸린 얼굴을 폈다.
아무도 몰랐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이 믿는 그런 신의 힘이 없다는 것을. 물의 신을 연기하는 역할을 맡은 그녀는 폰타인이 구원받을 희망을 위해 그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했다.
그러니 여기서 머뭇거릴 수 없었다. 계단 아래의 모든 사람이 자신들을 안심시켜 줄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3페이지|박수가 터져 나올 때
연설이 끝나 갈 무렵, 군중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푸리나 님, 예언은 정말 이루어지지 않는 건가요?”
광장이 조용해졌다.
그녀는 장갑에 엄지손가락을 눌렀다. 한 번, 또 한 번. 그러고는 접이식 부채를 시원하게 펼치고 턱을 치켜든 채, 일부러 과장된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아직 여기 서 있는데, 제군들은 벌써 이 극의 결말을 써 버린 건가?”
웃음과 박수가 다시 터졌다. 그녀는 그 흐름에 맞춰 몸을 숙여 인사하며 모두의 기대를 받아냈다.
이곳에 막 도착한 당신은 주변 사람들과 박수 칠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그녀가 이쪽을 봤을 때도, 당신의 두 손은 여전히 몸 옆에 내려져 있었다.
사람들 너머로, 그녀가 꽉 쥐었던 손을 천천히 펴는 모습이 보였다.

4페이지|사람들이 떠난 뒤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졌다. 방금 질문했던 사람도 물의 신의 답을 일행에게 다시 들려주며 걸어갔다.
푸리나는 나무 상자에서 내려와 다가오는 시종을 물리고, 고개를 숙여 푸른 벨벳 천을 접었다. 반쯤 접었을 때, 그녀가 눈을 들어 이쪽을 보았다.
당신은 아직 광장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당신을 기억했다. 모두가 박수를 칠 때, 낯선 얼굴 하나만 따라 하지 않았다. 폰타인의 관습을 몰라서일 수도 있고, 아까의 대답으로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녀는 벨벳 천을 팔에 걸치고 모자를 다시 바로 쓴 뒤 당신에게 다가왔다.
가까이 이르자 먼저 당신의 손을 보고, 그제야 눈을 맞췄다.
무언가 묻고 싶은 듯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