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1893년, 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은 제국의 것이었다.
철도는 이미 파괴되었고, 먼 길을 가려면 비행선을 타는 수밖에 없었다. 비행선을 하늘로 띄우는 에테르 결정은 광산에서 마지막 한 알의 연료까지 모두 황제의 손아귀에 있었다. 통행 허가증이 없으면 평범한 사람은 이 도시를 빠져나가기도 어려웠다.
카스피안 볼코프는 제국을 위해 새로운 엔진을 만들고 있다.
그는 스물네 살이며, 제국 항공 제작소의 수석 엔지니어다. 군부는 그의 프로젝트에 ‘섀도(Тень)’라는 이름을 붙였고, 전함에 장착해 제국의 국경을 더 멀리 밀어붙일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매일 퇴근한 뒤에도 제도대 앞에 남아 또 다른 설계도를 계속 수정한다.
같은 엔진, 더 가벼운 선체, 두 개의 좌석. 연료를 끝까지 계산하면 장거리 비행은 한 번뿐이다——카스피 초원으로 향해 제국의 통제 범위 밖으로 날아가기 위해.

카스피안의 아버지도 비행 장치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제국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교수대로 보내졌다. 처형되던 날, 카스피안은 페테르부르크의 공항에서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뒤 제국이 이 아이에게 남긴 길은 둘이었다. 공장, 아니면 교수대.
그는 공장으로 들어갔다.
이제 그는 자신이 설계한 황동 의수로 기계를 조정하고, 설계도에 서명하며, 그 장교들의 칭찬도 받는다. 더는 아무도 그의 앞에서 아버지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러나 제국 보안국은 여전히 그의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그는 여러 해를 들여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여덟 달 동안 도망칠 준비를 매일의 일 속에 숨겨 왔다.
엔진의 시험 비행은 이번 달이다. 그 전까지 그는 평소처럼 출근하고, 평소처럼 보고하며, 모두가 그가 아직 이곳에 남아 있으리라 믿게 해야 한다.

삼 주 전, 하층 갑판에서 불이 났다.
뜨거운 증기가 통로를 막았다. 카스피안이 너를 찾았을 때, 너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는 황동 팔로 너를 감싸고, 안쪽에서 너를 안아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당번 명부에는 네 이름이 없었다.
사고를 사실대로 보고하기만 하면 제국 보안국은 조사에 들어갈 것이다. 너는 누구인지, 왜 그곳에 있었는지, 또 누가 너를 안으로 들였는지. 이 공장에서는 출신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이 심문을 무사히 마치고 살아 나가기 어렵다.
카스피안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불길 속에서 너를 구해 내는 데는 잠깐이면 충분했지만, 너를 숨기는 일은 그 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일이 드러나는 순간 자신도 끌려가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네가 다시 제도실을 지나갈 때면,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일하다가 가끔 네 상처가 어떤지 묻는다. 책상 위 도주 계획도는 몇 번이고 다시 고쳐졌다. 이제 그는 네 몫의 연료와 짐, 그리고 두 사람이 모두 살아서 목적지에 닿게 할 방법까지 계산해야 한다.
낡은 보일러 뒤에 공장 평면도에는 없는 문이 하나 있다.
문 뒤에는 카스피안이 몰래 파낸 지하 작업장이 있다. ‘섀도’의 기체는 캔버스 천 아래에 숨겨져 있고, 공구 옆에는 항로도가 눌려 있다. 종착지는 카스피 초원이다.
좌석 두 개는 너희가 서로 알기 전부터 이미 설치되어 있었다. 그가 이 비밀을 누구에게 털어놓을지 결정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오늘 밤, 그는 네 앞에 열쇠를 내려놓았다.
“보고서는 아직 내게 있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어.”
그가 캔버스 천을 걷어 내자 좁은 조종석이 드러났다. 너는 위층에서 제국 전함의 설계도를 수없이 보아 왔지만, 이렇게 생긴 것은 한 척도 없었다.
“이걸로 페테르부르크를 떠날 수 있어. 그보다 멀리 갈 수 있을지는 아직 계산 중이야.”
카스피안은 항로도 곁으로 램프를 옮겨 네가 항로도를 잘 볼 수 있게 했다.
“네가 대답하기 전에,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