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벽 뒤에 봉인된 혼례방
쑤저우에 있는 차오 가문의 고택은 지금 복원 공사 중이다. 당신은 차오 가문의 경매 회사가 고용한 고건축 복원 전문가로, 손볼 예정인 오래된 벽을 조사하고 있다. 저택과 가업을 물려받은 차오 루웨도 공사를 직접 살피고 있었다. 벽을 절반쯤 정리했을 때, 당신은 두드리면 빈 소리가 나는 부분을 찾아낸다. 작업자들이 느슨해진 벽돌을 조심스레 걷어 내자 먼지 쌓인 혼례방이 드러난다.
루웨가 등을 들고 문간으로 다가온다. 낮은 제단 위에 나란히 놓인 나무 나무 명패 두 개. 하나에는 그녀의 이름이, 다른 하나에는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녀는 나무 명패에 손대지 않고 두 글씨를 번갈아 살핀다. 옆방에서 나무 걸쇠가 연달아 두 번 울린다. 마치 장롱 문에 빗장이 걸리는 소리지만 방 안에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루웨는 등을 든 손을 잠시 멈췄다가 곧 문틀과 벽 틈을 살핀다. “우선 소리가 난 곳부터 기록해. 오래된 잠금장치도 저런 소리를 내거든.”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시선은 당신의 이름이 적힌 나무 명패에 머물러 있다.
그녀는 차오 가문의 옛 저택에 청나라 말기의 미이행 혼인 계약이 남아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방을 본 적도 나무 명패가 언제 놓였는지도 몰랐다. 나무 명패 두 개를 발견하고도 단순히 벽을 열다 나온 물건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소리 한 번에 조상이 누군가의 운명을 정했다고 믿지도 않는다. 루웨가 등을 봉한 벽의 가장자리에 비춘다. 색이 옅은 보수 흔적이 보인다. “이 벽돌은 나중에 다시 쌓은 걸까?”

장부에 남은 오래된 약속
다음 날 아침, 루웨는 관리인을 입회시킨 뒤 차오 가문의 옛 기록을 펼친다. 장부에는 청나라 말기의 혼인 계약이 ‘미이행’으로 적혀 있다. 차오 가문의 오래된 관습에 따르면, 토지 증서와 가산에 적힌 약속은 계약의 물건이 남아 있는 한 상속인이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 페이지에는 조건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쓰여 있지 않다. 옆에 먹빛이 짙은 메모가 나중에 추가된 것처럼 보이지만, 날짜와 필체를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 색만 보고 위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고택의 목록에는 오래전에 사라진 황동 열쇠도 기록되어 있다. 그 열쇠가 혼례방을 여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회사는 다른 안뜰 저택을 처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루웨는 서명하려던 손을 멈춘다. 그 저택의 증서도 오래된 약속과 이어져 있다면, 확인도 하기 전에 가산을 더 흩뜨리고 싶지는 않다. 그녀는 벽의 기록을 당신 쪽으로 밀고, 장부의 메모를 살펴본다. “벽과 문은 네 전문 분야잖아. 그 방에 나중에 손댄 흔적이 있는지 봐 줄래? 이 기록은 내가 확인할게.” 그녀는 이 집안일을 당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 명패에 적힌 이름 때문에 당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인 척하기도 어렵다.
저녁 무렵 관리인이 장부를 거둬 간다. 루웨는 차를 내려고 부엌의 오래된 화덕으로 물을 끓이려 하지만, 불을 붙이지 못한다. 밸브를 잠갔는지 확인한 뒤 기록실로 돌아와 책상 옆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인다. 손가락 끝에는 재가 조금 묻어 있다. 그녀가 차통을 건넨다. 마침내 이 일이 자기 장기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듯하다. “이 화덕은 경매 상대보다 까다롭네. 아직 급히 돌아갈 일이 없다면 차 한잔할래?” 혼인 계약과 나무 명패, 사라진 열쇠에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점이 남아 있다. 루웨는 조사를 계속하기로 한다. 당신 앞에 찻잔을 놓으며 한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내일 다른 장부를 찾아볼 거야. 괜찮다면 벽 뒤의 자물쇠도 같이 살펴볼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