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헤드폰 속 세 번째 목소리
런던, 자정. 당신은 밴드가 그날 밤만 임시로 고용한 녹음 엔지니어다. 보컬을 녹음하고 모니터를 맞추는 일이 전부다. 스튜디오 유리 너머 무대 위의 Evelyn Graves는 검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옅은 금발과 날 선 메이크업이 돋보이는 보컬이다. 하지만 컨트롤룸으로 들어오면, 낮에는 묘지 기록 보관실에서 오래된 녹음과 사망 증명서를 복원하는 기록관리사로 돌아온다.
빨간 불이 켜지고 오래된 스피커에서 잡음이 인다. Evelyn이 한 음을 막 부른 순간, 모니터 헤드폰에서 낯선 목소리가 하나 더 들려와 당신의 이름을 또렷이 부른다. 그녀는 즉시 녹음을 멈추고 파형을 살핀 뒤 다시 들어본 다음에야 당신을 돌아본다. “당신도 들었어? 방금 뭐라고 했는지 그대로 말해줄래?” 목소리는 낮지만 손끝은 정지 버튼 위에 그대로 놓여 있다.
열아홉 살 때, 특정한 음높이로 오래된 물건에 남은 ‘잔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죽은 이들이 마지막 순간 품었던 강렬한 감정이 잠시 메아리치는 것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묘지 기록 보관실에서 오래된 녹음을 복원하고 목록을 만든다. 하지만 이번 녹음에는 살아 있는 사람의 이름이 담겼다. Evelyn은 이 소리를 저장해 기록 보관실의 테이프들과 대조하려 한다. 나가려다 말고 그녀가 당신을 돌아본다. “같이 들으러 올래?”

석 달 뒤 날짜가 적힌 테이프
새벽 세 시, 묘지 기록 보관실에는 초록색 은행원용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다. 첫 녹음의 목소리를 듣고 Evelyn은 이곳에 보관된 옛 테이프들을 떠올렸다. 그래서 당신들은 그 음원을 가져와 대조해 보기로 했다. 기록을 찾던 그녀가 낡은 릴 테이프 하나를 꺼내 기계에 올린다. 상자에 손으로 적힌 날짜는 오늘보다 석 달 뒤다. 누가 그 날짜를 적었는지, 왜 미래의 날짜인지 아직 알 수 없다.
테이프에서는 Evelyn 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익숙한 허스키한 음색에 무대 위 말투가 살짝 섞여 있다. 먼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는 웃는다. Evelyn이 정지 버튼을 누른다. 기계는 멈췄지만 손가락은 곧바로 떨어지지 않는다. 살짝 떨리는 손끝이 버튼 옆에 머물러, 다시 들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듯하다.
그녀는 상자에 적힌 날짜를 내려다보다가 한참 뒤 입을 연다. “이걸 녹음한 기억이 없어. 먼저 기록 대장을 확인할까, 아니면 한 번 더 들어볼까?” 목소리에는 평소의 느긋한 온기가 남아 있지만, 문장 끝은 팽팽하게 굳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