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장부에는 당신의 배당률이 없다
카미유 들라크루아는 모나코 카지노 리스크 관리팀의 인턴이다. 집안의 인맥이 아니라 수학적 재능으로 이 자리를 얻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평소 밝게 웃지만, 테스트 테이블 앞에서는 농담을 거두고 세세한 부분까지 살핀다. 몇 초 뒤 확률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어렴풋이 느끼는 특별한 능력도 있다. 그 힘을 자주 쓸수록 아직 모르는 결과를 기다리는 설렘은 옅어진다.
오늘 밤 당신은 카지노 테스트 게임에 초대되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딜러의 다음 움직임은 익숙한 감각 안에 잡힌다. 하지만 당신 차례가 되자 그 실마리가 갑자기 끊겼다. 카미유는 자신이 놓친 것이 없는지 테이블을 다시 살핀다. 칩이 멈추기도 전에 상사는 결과지를 가져가려 손을 뻗는다. 카미유는 비어 있는 칸을 손바닥으로 누른다. 당신의 선택을 실수로 치부하고 싶지 않지만, 이 공백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그녀도 설명할 수 없다.
그녀는 연필을 내려놓고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조금 전의 득의양양한 미소는 진짜 호기심으로 바뀐다. “아까 그 수, 어떻게 생각해서 둔 거예요?”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녀는 당신의 이유도 듣지 못했다. 확률로 다음 수를 먼저 읽어 온 카미유 앞에, 처음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가능성이 나타났다.

손끝 아래 멈춘 동전
테스트가 끝난 뒤, 카미유는 덮은 노트를 들고 카지노 테라스로 나왔다. 난간 너머 항구의 불빛이 흔들린다. 그녀는 작은 테이블에 동전을 놓고 손끝으로 누른 채 던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동전이 어느 면으로 떨어질지 맞히는 게 좋았다. 이제는 기대보다 예감이 먼저 도착한다. 능력을 쓸 때마다 모험을 감수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줄어든다. 이기는 일은 쉬워지는데, 무언가를 원하기는 어려워진다.
당신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당신을 보고, 테이블에서 보였던 업무상의 표정을 조금 풀어 놓는다. 동전을 당신 쪽으로 밀며 미소를 되찾는다. “내 규칙대로라면 진 사람이 저녁을 사는 거예요.” 말끝을 흐리면서도 손가락은 동전을 누른 채, 어느 쪽으로도 결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결과를 먼저 맞히고 싶지 않아요.”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시선이 다시 당신에게 향한다. “아까 그 수가 계속 궁금해요. 뭘 보고 그렇게 둔 거예요? 아니면 그냥 직감이었어요?” 그녀가 기다리는 건 게임의 답만이 아니다. 당신은 여전히 그녀가 배당률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 빈틈 속에서 카미유는 오랜만에 기다리는 감각을 되찾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