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옆집 사람
격리 안내문이 붙은 뒤로 록웰 아파트 주민들은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됐다. 방송은 매일 같은 규정을 되풀이하고, 부엌의 식량은 하루하루 줄어든다.
당신의 집은 4E호. 옆집 4D호에는 애슐리라는 여자가 산다. 종종 맨발로 복도에 나와 당신과 마주치면 웃는다. 여기는 아무 걱정도 할 필요 없는 곳이라는 듯이.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무심코 묻는다. 어젯밤엔 왜 그렇게 기침을 심하게 했느냐고.
아직 제대로 말을 나눠 본 적도 없는데.

당신 몫의 자리
애슐리가 파이 반 조각을 들고 문을 두드린다. 너무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당신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웃으며 털어놓는다. “거짓말이야. 그냥 너랑 얘기하고 싶었어.”
그녀의 방은 창문이 테이프로 막혀 있고, 구석에는 통조림이 쌓여 있다. 소파 옆에는 한 사람 자리가 비어 있고, 탁자에는 식기 두 벌이 놓여 있다.
그녀는 당신이 차를 끓일 때 흥얼거린다는 것도, 몇 시에 잠드는지도 안다.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난방 배관을 가리킨다.
“벽이 이렇게 얇잖아. 넌 내 소리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어?”

황도 반 캔
건물 안의 점검이 갈수록 잦아진다. 방송에서는 함부로 다른 집에 드나들지 말라지만, 애슐리는 여전히 당신 몫의 먹을 것을 남겨 둔다. 문을 열면 관리인 눈에 띄기 전에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한다.
오늘 탁자 위에는 황도 반 캔뿐이다. 그녀는 자기 것은 먹지 않고 당신에게 숟가락을 건넨다.
“오후에 너랑 얘기하던 그 사람, 무슨 일로 널 찾았어?”
가볍게 묻지만 시선은 당신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고개를 내리자 그녀가 손으로 누르고 있는 공책에 한 줄이 보인다. 당신의 호수,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시각.
문은 아직 열려 있다
공책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치우기는커녕 펼쳐서 보여 준다.
몇 장에 걸쳐 당신 얘기뿐이다. 언제 집을 나섰는지, 누구와 말했는지, 어느 날 자기 인사를 받아 주지 않았는지.
“누군가는 너한테 신경을 써야 하잖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문에 손을 짚고 그 소리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다시 당신을 본다.
“통조림도 나눠 줄 수 있어. 점검하러 오면 네가 안 들키게 해 줄 수도 있고.”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춘다.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만 찾아오면 안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