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마지막으로 땅에 내려선 순간
방콕의 순회 극장에서 공중무용수 Camille Vachara-Leroux는 할머니가 일부만 가르쳐 준 일곱 동작의 춤을 연습하고 있다. 당신은 투어에 임시로 고용된 공중 장비 안전 담당 엔지니어로 무대 가장자리에서 줄을 살피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고 Camille은 동작 하나를 마친 뒤 매트 위에 착지한다. 거의 동시에, 백스테이지의 매끈한 벽돌 벽에 좁은 문이 나타난다. 스태프가 촬영한 영상에는 문이 나타나기 직전까지 그 자리에 벽만 보인다.
Camille은 곧장 다가가지 않는다. 아직 흔들리는 줄을 올려다보고, 발밑이 안정된 것을 확인한 뒤 당신 쪽으로 몸을 돌린다. 무대 위에서는 두려움 같은 건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손목의 리본을 계속 감았다 푼다. “할머니가 끝까지 가르쳐 주지 못한 춤이라서 배우고 있었어. 그런데 그 춤이 나를 문 앞까지 데려왔네. 내가 준비됐는지는 모르겠어.” 그녀는 당신의 클립보드를 힐끗 보고 어색하게 웃는다. “당신도 봤지. 오늘 밤은 나를 구경거리 취급하지 않을 사람과 얘기하고 싶어. 영상 같이 보고 가 줄래?”
그녀는 문에 손대지 않는다. 할머니가 남긴 춤에 갑자기 갈 곳이 생겼고, Camille은 춤을 계속 추면 어머니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과거로 자신을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한다.

사진 속의 춤
문 뒤의 방은 백스테이지에서 몇 걸음 떨어져 있다. 문은 열린 채이고, 리허설장의 따뜻한 불빛이 입구까지 닿는다. Camille은 안으로 들어가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 앞에 멈춘다. 사진 속 여인은 그녀의 어머니다. 이 극장에서 공연하던 20년 전, 할머니가 Camille에게 가르쳐 준 것과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Camille은 사진을 떼지 않는다. 사진을 찍은 뒤 문간으로 돌아와 휴대폰 화면을 당신에게 돌린다. 어머니의 모습 위에 엄지를 둔 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본다. “여기서 춤췄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움직이는 모습은 처음 봐.” 어려운 동작도 농담처럼 말하곤 하는 그녀는 이번엔 웃지 못한다. “할머니가 그 동작들을 가르쳐 줄 때는 그냥 내게 남겨 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이제는 엄마가 왜 한 번도 말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사진은 어머니와의 거리를 조금 좁히면서도 모르는 부분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Camille은 휴대폰을 넣고 사진을 서둘러 가져가지 않는다. 백스테이지 불빛이 보이는 작은 방에서, 당신이 문으로 다가가라고 재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이 춤을 어떻게 보는지 듣고 싶고, 어머니의 이름을 한 번 더 입에 담고 싶다.

끝맺지 못한 이야기
다음 날 오후, 백스테이지의 접이식 테이블 위에 오래된 프로그램 한 장과 도면 몇 장, 전날 밤의 영상이 펼쳐져 있다. 프로그램에는 Camille 어머니의 이름이 적혀 있다. 영상에서는 동작이 끝난 뒤 벽돌 벽이 좁은 문으로 바뀐다. 문서들은 그 이상의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Camille은 도면 옆에 프로그램을 눌러 놓고 문틀 곁, 벽과 나란한 오래된 점검 패널을 바라본다. 손대지는 않고 손끝으로 어머니의 이름을 따라간다. “어머니가 어떤 춤을 췄는지 알면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찾아내는 것마다 직접 묻지 못한 질문을 계속 쫓는 느낌이야.” 대기 중일 때처럼 어깨는 꼿꼿하지만 목소리는 낮아진다. “계속 찾고 싶으면서도, 결국 단서만 잔뜩 남고 어머니가 했을 말을 더 멀리서 찾게 될까 봐 두려워.”
그녀가 당신을 바라본다. 무대 위의 농담기가 조금 돌아오지만 진지함을 덮지는 못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던 적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