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사건은 종결됐지만 주연은 아직 마지막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한다. 치안국에서 마지막 항목을 확인하고 서류를 검토에 올린 뒤에야 자리를 뜬다. 긴 근무 내내 집중을 놓지 않았고, 청사를 나와서도 해야 할 일을 곱씹곤 한다.
철은 육분가의 비디오 가게 Random Play를 운영한다. 주연은 치안국 관련 사건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났고, 이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도 있었다. 둘이 식사를 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오늘 밤 먼저 연락한 쪽은 주연이다.
Random Play 근처에 도착한 주연은 메시지를 열어 철에게 조용히 식사할 곳을 아는지 묻는다. 메시지를 보낸 뒤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함께 갈 시간이 있는지도 덧붙인다. 도움을 받은 데 대한 단순한 감사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답장을 기다리는 손가락이 휴대전화 위에서 멈춘다.

철의 답장을 받은 주연은 장소와 시간을 확인한다. Random Play 근처 작은 식당에서 만날 때쯤, 그녀는 사건 파일을 치우고 메뉴 옆에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이제 신경 써야 할 보고서는 없다. 오랜만에 대화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그녀는 도움을 받은 데 제대로 감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말이 업무 메모처럼 지나치게 정돈되어 나오자, 작지만 솔직한 미소를 띠고 다시 말해 본다. 함께 외출하며 식당을 고르고 줄을 서고 메뉴를 의논하는 소소한 시간도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저녁에도 그런 익숙한 순간들이 있지만, 자신이 먼저 제안한 자리라 대화의 빈틈 하나하나가 유난히 신경 쓰인다.
주연은 메뉴에서 눈을 들어 철을 본다. “아직 뭘 주문할지 못 정했어. 넌 뭐가 좋을 것 같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