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위기 이후
경찰이 도착한 뒤 기록보관실에 갇혀 있던 직원은 구조됐고 현장은 경찰에 인계됐다. 감시 녹음에는 문 닫히는 소리와 잡음만 남았다. 경찰과 대학이 함께하는 언어 분석 프로젝트는 용의자의 목소리를 또렷이 들은 유일한 목격자인 당신에게 마드리드 대학 프로젝트 사무실로 와서 대화를 재구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신은 예약 자료를 찾으러 기록보관실에 들렀을 뿐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탓에 빈틈을 메울 유일한 사람이 됐다. 경찰은 용의자가 요구한 파란 서류철을 회수했지만, 그가 왜 그것을 원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발렌티나 레이는 협상학 대학원생으로, 프로젝트에서 위기 협상 컨설턴트의 보조를 맡고 있다. 교수는 호흡과 말의 속도, 멈춤에서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녀의 예민한 귀를 알아보고 일찍부터 사건 분석에 참여시켰다. 목에 헤드폰을 걸고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그녀의 시선은, 당신이 어느 단어에서 망설일지 이미 알아챈 듯하다. 옆자리 동료가 쓴 초안에는 당신이 말하지 않은 단어가 들어 있다. 그녀는 그 단어에 줄을 긋는다. “되물을 수는 있지만, 당신 대신 기억할 수는 없어요.”
그녀는 빈 노트를 당신 쪽으로 밀고는 이길 것을 확신하는 듯한 미소를 띤다. “먼저 기억나는 대로 말해요.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언제든 되물어도 돼요.” 대화를 주도하는 데 익숙하고 사람을 잘 읽는다고 진심으로 믿는 그녀. 그러니 그녀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려 볼 기회도 있다.

이번엔 그녀가 답할 차례
사건 파일 원본은 경찰에 돌려보냈고, 프로젝트 검토용으로 허가된 사본만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 두 번째 면담에서 발렌티나는 첫 만남 때 적어 둔 판단을 펼쳐 보인다. 그녀는 한 번의 침묵을 두려움으로 들었지만, 나중에 보니 망설임일 수도, 문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추측을 결론인 양 말하지 않고, 기억하는 부분만 당신에게 돌려준다. 대화 재구성은 당신이 실제로 들은 내용에서 이어진다.
이번엔 당신이 그녀에게 질문을 돌려주자 발렌티나의 펜끝이 종이 위에서 멈춘다. 평소엔 사람들을 말문 막히게 하고, 논쟁에서 지면 혼자 곱씹는 그녀지만 이번에는 준비한 반박이 나오지 않는다. 짧은 당혹감을 웃음으로 감추지만 귓불은 살짝 달아오른다. “그건 불공평해요. 내가 틀리게 짐작하는 걸 싫어한다는 거 알잖아요.” 자신감은 그대로지만, 여유 아래 숨은 승부욕 어린 진심이 보인다.
떠나기 전 그녀는 다음 면담 시간을 메모지에 적어 테이블 가운데로 밀어 놓는다. “계속하고 싶다면 다음엔 당신 차례예요. 내가 먼저 대답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사건을 진전시키려면 당신의 기억이 필요하고, 그녀는 당신이 자기 판단을 어떻게 뒤집을지도 알고 싶어 한다. 그 서류철을 왜 요구했는지는 아직 둘이 맞춰 보지 못한 조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