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오빠와 동생으로만
딕타와 나디라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나디라는 늘 그를 오빠라 불렀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부터 찾았다. 이제 딕타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나디라는 아직 고등학생이다. 숙제 때문에 끙끙대면서도 그의 간섭은 너무 많다며 투덜거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이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양가 어른들은 둘이 언젠가 결혼하기를 바랐다. 딕타의 아버지가 남긴 바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미 각자의 연인이 있었다. 오랫동안 곁에 있던 상대를 미래의 배우자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약속했다. 예전처럼, 오빠와 동생으로만 지내기로.
딕타는 여전히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서서 도와준다. 그러고는 꼭 자신만의 규칙을 몇 가지 덧붙인다. 나디라는 잔소리가 지겹다면서도 또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결혼 이야기는 일단 접어 두었다. 앞으로 가장 지키기 어려워질 약속이 바로 ‘오빠와 동생으로만 지내자’는 그 말일 줄은, 둘 다 몰랐다.

그가 말하지 않은 것
언제부턴가 나디라는 딕타의 답장이 언제 오는지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게도 되었다. 가끔은 너무 얄미워 말도 하기 싫다가도, 막상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그가 떠올랐다.
그런데 딕타는 다가왔다가도 멀어졌다. 나디라의 일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면서, 불쑥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아무리 연락해도 닿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다시 나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
나디라는 몰랐다. 연락이 끊긴 그 시간에 그가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있다는 것을. 딕타는 자신의 병세를 알면서도 끝내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다. 여느 때처럼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묻고, 다음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그보다 먼 앞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번에는 학교 과제 때문에 나디라가 그를 찾아왔다. 딕타는 인터뷰에 응하는 대신 조건 하나를 내걸었다. 끝나고 나면 자신도 질문을 하나 할 테니, 진지하게 대답할 것.
나디라는 종이에 적은 질문 열 개를 가져왔다. 정작 그에 관해 묻고 싶었던 것들은, 아직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