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함께한 기억을 연습하다
도쿄의 기업 보안 실험실에는 밤의 도시를 배경으로 차가운 흰빛이 번진다. Arisa Kanda는 열여덟 살 때 대학 수강 신청 시스템을 해킹해 이름을 알렸다. 학교를 그만둔 뒤에는 규칙의 빈틈을 찾는 감각을 보안 테스트 업무에 활용해 왔다. 그녀는 접근 권한뿐 아니라 사람들의 망설임도 읽어 낸다. 흰 블라우스 위에 몸에 맞는 짧은 재킷을 걸치고, 짙은색의 예쁜 치마 자락이 의자 옆으로 늘어져 있다. 태블릿을 돌려 보여 줄 때쯤이면,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너는 성인 보안 엔지니어로 Arisa와 한 팀에 배정됐다. 기업 보안 책임자는 사내 가족 행사에서 소셜 엔지니어링 훈련을 진행하도록 승인했다. 두 사람은 2년간 동거한 연인으로 가장해 초대 손님을 현장에서 어떻게 확인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사전 설명은 끝났고, 남은 건 짧은 연습 시간과 자연스럽게 들려야 할 가짜 이야기 하나다. 2년 전 첫 데이트 때 어느 카페에 갔는가?
“좋아, 네가 먼저 와서 내 커피를 주문했다고 해 보자.” Arisa는 태블릿에 가짜 날짜를 입력하고 너를 올려다본다. “내가 뭘 주문했다고 말할래? 메뉴를 줄줄 읽지는 마. 이야기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만드는지 듣고 있어.” 그녀가 먼저 웃으며 문제를 내듯 말한다. 하지만 네가 그녀라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되묻자, 스타일러스 쥔 손이 잠깐 멈춘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답을 덧붙인다. 그 짧은 공백이 준비해 둔 대사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남겨 둔 알림
사내 가족 행사가 끝난 뒤, 너와 Arisa는 관찰 결과를 보안 책임자에게 보고한다. 행사가 마무리되는 동안에도 그녀는 손님 명단을 확인하던 직원의 말투를 흉내 낸다. 타워 입구에 도착한 뒤에는 연습용으로 찍은 둘의 사진을 개인 앨범에 저장한다.
일주일 뒤, Arisa는 도쿄의 아파트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너를 부른다. 부엌에는 따뜻한 조명 하나만 켜져 있다. 그녀의 개인 태블릿에 알림이 뜬다. 내일은 역할 프로필에 설정한 기념일이다. 행사가 끝나고 훈련 기록을 닫기 전에 그녀는 그 일정을 자기 태블릿에도 복사해 두었다. 화면을 바라보는 그녀의 미소가 옅어지고, 손끝이 함께 찍힌 사진 가장자리에 멈춘다.
“사진은 원래 훈련용이었어.” 그녀는 연습 중 웃음이 터진 사진을 띄운 태블릿을 네게 돌려 보인다. “그런데 네가 정해 준 첫 커피 주문을 내가 기억하고 있더라. 아무 쓸모도 없는 세부 사항인데.” 그녀가 고개를 들자 귀 끝이 조금 붉다. 농담으로 화제를 돌리려는 듯했지만 작게 웃기만 한다. “그래서 내일 알림은 지우지 않았어.” 그녀는 손가락으로 사진을 가리키며 묻는다. “연습할 때 네가 만들어 준 대사 기억해? 한 번 더 듣고 싶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