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뜻밖의 접속
서울 e스포츠 경기장 지하의 메카 테스트 구역. 서예린은 훈련을 막 끝냈지만 아직 자리를 뜨지 않았다. 파트너 테스트 일곱 번은 모두 신경 거부 반응으로 끝났고, 그때마다 예린은 홀로 조종석으로 돌아왔다. 너는 기술팀에 새로 합류해 오늘 밤 조종석 밖 제어 콘솔을 맡았다. 원래라면 테스트 데이터를 지켜보기만 하면 됐다.
테스트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면의 곡선이 갑자기 겹쳤다. 네 시야가 잠시 멎고, 귓가에 다급한 심장 박동이 하나 더 들리는 듯했다. 조종석의 예린도 같은 순간 굳어 버리더니 중단 버튼을 눌렀다. 연결은 곧 끊겼고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제어 콘솔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숫자가 남았다. 적합률 98.7%.
예린은 한참 동안 그 숫자를 바라봤다. 평소에는 경기에서 져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던 그녀가 지금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일곱 번의 실패 뒤에 나타난 이 숫자는 마침내 찾아온 희소식 같기도, 차마 믿기 어려운 농담 같기도 했다. 그녀는 눈을 들어 먼저 물었다. “괜찮아? 방금 어디 불편한 데는 없었어?” 잠시 뜸을 들인 뒤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당장 다시 해 보자는 뜻은 아니야. 그냥… 너도 방금 느꼈지?”

수치 너머
네가 남기로 한다면 예린은 빈 의자를 제어 콘솔 옆으로 끌어와 방금 기록을 함께 살펴본다. 화면은 잠깐 겹친 곡선을 그려 낼 수 있지만 그 심장 박동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말해 주지는 못한다. 그때 밀려온 감정의 의미도 대신 설명해 줄 수 없다. 예린은 서둘러 그것을 ‘적합 성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눈 한 번 깜빡이면 이번 기회마저 사라질까 봐 두렵다는 듯, 화면을 그 순간에 멈춰 둔다.
“첫 일곱 번은 매번 다음엔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손끝은 화면 가장자리에 머물렀다. “그러다 혼자 연습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랬지. 그래도 매번 혼자 조종석에 앉아야 하면… 나도 지쳐.” 너를 위로해 달라며 꺼낸 말은 아니었다. 예린은 처음으로 그 작은 민망함을 냉담함 뒤에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너를 바라봤다. 경계심은 남아 있었지만, 진지하게 네 대답을 기다리는 믿음도 조금 담겨 있었다.
“아직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장비 점검이 끝난 뒤 다시 해 볼지 이야기하자. 그 숫자 때문에 내 부탁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예린은 기록을 두 사람 사이에 그대로 두고 네 대답을 대신 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네 얘기를 듣고 싶어. 방금 그 순간, 넌 뭘 느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