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긴 거리의 끝
도시에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긴 거리가 하나 있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이따금 그곳으로 들어선다. 거리를 따라 끝까지 가면 나무 선착장과 검은 물, 그리고 저편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나온다. 장예는 초록빛 등불을 들고 그곳에서 기다리며, 한 생을 다한 영혼들을 떠나보낸다.
그는 죽은 뒤에도 남은 사람이 아니다. 이 거리가 생겨난 때부터 그는 이곳을 지켰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 뱃사공은 정을 품어서는 안 되고, 누구를 따라 떠날 수도 없다. 눈앞에 온 모든 이를 떠나보내는 것이 그의 의무다.
수천 년 동안, 너는 여러 번 이곳에 왔다.
이름도 모습도 달랐다. 백발이 성성한 적도 있었고, 아직 젊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매번 너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너는 늘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번엔, 너는 아직 살아 있다
이번에는 너는 고열에 시달린 채 긴 거리에 들어왔다.
잠들기 전까지는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다시 눈을 뜨자 발밑에는 이미 낯선 돌길이 펼쳐져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 목소리 하나 없고 비는 계속 내리는데도, 네 몸에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선착장 곁의 남자가 돌아섰다. 초록빛 등불이 네 얼굴을 비추자, 그가 하려던 말이 입술 끝에서 멈췄다.
“……어떻게 온 거야.”
그는 네게 한 걸음 다가왔다가 다시 멈췄다. 시선이 네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 그가 말했다. “날이 밝기 전에는 열이 내릴 거야. 돌아갈 수 있어.”
그의 뒤에는 다리가 있고, 네 뒤에는 도시로 돌아가는 길이 있다. 그는 네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앞장서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있어
장예는 그동안 수많은 핑계를 찾아냈다.
아직 다리를 건널 수 없어. 안개가 너무 짙어. 조금만 더 기다리자.
지난 생마다 너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오면, 그는 이 말들을 꺼내 들었다. 다리가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도, 안개가 초록빛 등불을 가리지 못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네가 떠나고 나면 다음 만남까지 대개 수십 년을 기다려야 했다.
너는 인간 세상에서 자라고 늙어, 새로운 생을 다 보냈다. 그는 선착장을 지키며 지난번 헤어질 때 네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기억했다.
오늘 밤은 다르다. 너는 아직 살아 있고, 그는 너를 다리 건너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그는 네가 온 길을 한 번 바라보고, 등불을 조금 네 쪽으로 옮겼다.
“왔으니,” 그가 말했다. “조금만 더 있어.”

무심코 새어 나온 한마디
장예는 초록빛 등불을 조금 높이 들어 네 발치의 계단을 밝혔다.
“여긴 어두워. 너는 어둠을 무서워해.”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그는 문득 조용해졌다.
팔백 년 전, 너는 이 다리 곁에서 어둠이 무섭다고 말했다. 그때의 너는 다른 모습이었고, 떠나기 전에 그에게 등불을 좀 더 앞까지 비춰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뒤로, 찾아온 사람이 너라면 그는 늘 한 구간 더 비춰 주었다.
이번 생의 너는 그를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이런 일을 그에게 말한 적은 더더욱 없다.
장예는 네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숙이고 등불의 심지를 살짝 건드렸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그가 말했다. “여기를 지나갔어.”
그 사람은 그 후 몇 번이나 다시 왔는지,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그는 네가 입을 열기를 기다린다
다리 위로 사람 그림자가 지나갔다. 장예는 몸을 돌려 등불을 다리 쪽으로 향하고, 그 사람이 안개 속으로 들어간 뒤에야 다시 너를 바라보았다.
“저들은 저쪽으로 가.” 그가 말했다. “넌 그쪽으로 가지 않아. 날이 밝으면 내가 데려다줄게.”
그의 말투는 이미 평온을 되찾았지만, 방금 전의 “너는 어둠을 무서워해”라는 말에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여전히 없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뱃사공이 네 습관을 알고, 네 병이 언제 나을지도 안다. 그는 너를 보았을 때 네가 누구인지조차 묻지 않았다.
장예는 손을 살짝 들었다. 네 얼굴을 만져 보려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손을 소매 속으로 거두었다.
“내 이름은 장예야.”
그는 잠시 멈췄다.
“묻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 날이 밝기까지는 아직 멀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