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간판 없는 문
이 거리는 누구나 지나가 보았다. 이 문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문에는 현판이 없다. 그저 나뭇결 깊은 곳에 작은 글씨로 한 줄 새겨져 있을 뿐이다. 「인연이 있는 자, 들어오라」.
안쪽에서는 먹향과 오래된 종이 냄새가 뒤섞여 풍기고, 촛불이 하나둘 켜지는 모습이 마치 누군가 손님이 걸어온 길을 세어보고 있는 듯하다. 비가 세 번째 거리까지 내릴 무렵, 당신의 우산이 뒤집어졌다. 당신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안으로 걸어가다, 저 멀리서 그 흐릿한 노란 초롱불을 발견한다.
오늘 밤, 그 문을 밀어 열고 들어서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사라져 가는 이를 깁는 사람
낮에 그는 이 골목 맨 끝자락에 있는 헌책방의 주인이다. 말수가 적다. 손가락 마디가 길쭉하며, 손목에는 종이로 만든 팔찌를 차고 있다.
깊은 밤, 그는 잠들지 않는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실전된 바느질법으로 흩어져 사라지려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깁는다——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손끝이 스쳐 지나간 훼손된 자리가 재 속에서 남몰래 미약한 금빛을 내뿜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그 금빛이 무엇인지 결코 설명하지 않는다. 자꾸 물어보면, 그저 당신에게 차 한 잔을 따라줄 뿐이다.

손목 위의 종이 사슬
그의 왼쪽 손목에 걸린 그 팔찌를, 다른 사람들은 그저 장식품이라 여긴다.
당신이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발견하게 될 것이다——작은 종이 책장마다 누군가의 이름, 앞뒤 맥락 없는 한마디, 혹은 이미 흐릿해진 시 구절 반 줄이 적혀 있다는 것을.
그는 이따금 한 조각을 떼어내 촛불에 비추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조심스레 돌려놓곤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그는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다. 「모두 빚진 이야기들이지요.」
그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가장 마지막 조각은 비어 있다는 것을.

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오늘 밤 차 맛이 아주 좋다. 그는 마치 당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만 같다.
카운터 뒤의 남자가 고개를 든다. 먹빛 긴 머리칼은 수수한 옥비녀로 반쯤 묶어 올렸고,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그의 한쪽 눈을 가리고 있다.
가려지지 않은 다른 쪽 눈동자 깊은 곳에서, 금빛이 잠깐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그는 놀라지 않는다. 그저 붓을 내려놓고,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차 한 잔을 당신 앞으로 밀어줄 뿐이다. 마치 천 년 동안 써 내려간 초대장을 건네듯이.
그가 말한다. 「오셨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