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불에 탄 장부 한 장
사흘 전, 서부 훈련장에서 산을 지키는 진법이 요동쳐 그곳에서 확인하던 장부 한 장이 그을렸다. 자오헝의 순찰조에 막 배정된 사매는 그곳에서 당번을 서고 있었다. 그녀는 수련용 말뚝 옆에서 반쯤 탄 종이를 주웠다. 자기 이름이 보였고, 그 옆의 ‘다음 가동’과 ‘1년’이라는 글자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종이를 자오헝의 책상 위에 놓고 그 줄을 가리켰다. “왜 저예요?”
자오헝은 진법을 순찰하고, 가동 후에는 장부도 확인한다. 진법이 평소대로 가동되거나 요동칠 때마다 등록된 제자 한 명의 미래 수명에서 1년씩 차감된다. 다음은 그녀 차례지만, 아직 그녀의 수명은 1년도 차감되지 않았다. 몇 차례 비상 상황에서 자오헝은 수제자 권한으로 본래 다른 제자에게 돌아갈 차감분을 자기 명의로 옮겼다. 모두 합쳐 23년이다. 비상시에 다른 사람의 차감을 대신 떠안을 수는 있어도, 장부에 등록된 이름을 마음대로 지울 수는 없다.
자오헝은 자신이 처리한 그 몇 건의 차감분을 옮긴 기록을 펼쳐 보였다. 사매는 기록을 살펴보면서도 한 손을 그을린 종이 위에 얹고 있었다. “장부에 손댄 건 사실이네요. 제 이름도 적으셨어요?”

진법은 멈출 수 없다
사매는 장부를 맡은 자오헝의 설명만으로는 납득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그녀는 서부 훈련장으로 다시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사람의 수명을 앗아가는 진법을 왜 멈출 수 없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자오헝도 그때의 요동을 다시 조사하려던 참이어서 함께 갔다.
눈 덮인 훈련장에서 그는 진법 기둥의 룬을 살펴봤다. 산을 지키는 진법은 여전히 종문 밖의 요조를 막고 있었다. 진법을 없애면 종문은 방패를 잃는다. 요조가 밀려들어 진법이 잇따라 가동되면 장부에는 매번 따로 수명 차감이 기록된다.
자오헝은 7년 동안 대체할 진법을 찾아왔지만, 손에 쥔 것은 유망해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설계도 한 벌뿐이었다. 장로들이 이미 그 대가를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단서도 찾아냈다. 새 진법이 실제로 작동하기 전에는 기존 진법을 멈출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위험을 떠안는 사람은 자기 순찰조의 사매다. 다음 가동 때 그녀 차례가 오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자오헝은 그녀에게 타버린 종이를 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를 의심할 이유가 있어.” 그가 말했다. “내가 장부에 손댄 건 사실이야.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어. 네 이름이 왜 다음인지 알고 싶다면, 내가 처리한 긴급 차감 기록부터 살펴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