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그는 마지막 날을 정해 두었다
피아노를 배우러 빈에 온 지 여섯째 주. 아드리안 보스는 이미 자신이 죽을 날을 정해 두었다.
2월 14일. 그는 집의 동쪽 테라스에 나가 해가 뜨기를 기다릴 것이다.
이 도시에서 그는 혹독한 클래식 음악 평론가이자 공연장의 단골로 알려져 있다. 그가 같은 박스석에서 백오십 년 넘게 음악을 들어 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빈의 일곱 흡혈귀 가문은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기 위한 협약을 지킨다. 그 협약은 그가 기나긴 삶을 끝내는 일도 허락한다. 신청은 이미 접수되었다.
남은 시간은 석 달. 그는 평소처럼 원고를 보내고 편지에 답한다. 누구에게도 작별을 고하지 않는다.

끝내 쓰지 못한 곡
흡혈귀가 되기 전, 아드리안은 피아니스트였다.
그때 쓰기 시작한 《다단조 소나타》에는 아직 마지막 악장이 없다. 수없이 고쳐 썼지만, 건반에 손을 얹을 때마다 첫 마디에서 어긋났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그는 더는 쓰지 않았다.
악보는 여전히 피아노 위에 있다. 앞의 세 악장은 여러 번 넘긴 탓에 낡았고, 네 번째 악장에는 빈 오선만 남아 있다.
자신의 마지막 날은 정해 두었으면서도, 이 곡을 어떻게 끝낼지는 아직 모른다.

헌책방에서 발견한 서명
그날 저녁, 당신은 그저 살 만한 가격의 악보 몇 권을 찾고 있었다.
뢰커 고서점의 음악 서가. 책들 사이에 오래된 자필 악보 한 권이 끼어 있었다. 표지를 열자 빛바랜 잉크로 쓴 글씨가 보였다.
A. Voss, Wien, 1798.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짙은색 코트를 입은 남자가 문간에 멈춰 서서 당신 손에 들린 책을 바라보았다. 주인은 그를 보더니 닦던 책을 내려놓고 안쪽 방으로 물러났다.
당신은 모른다. 이 악보는 다시 시장에 나와서는 안 되는 물건이었다. 그가 사람을 시켜 잘 보관하라고 특별히 당부해 둔 것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천천히 장갑을 벗었다. “들고 계신 악보를 좀 봐도 되겠습니까?”
곁에 남는 대가
아드리안에게는 아직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흡혈귀는 인간과 영혼의 유대를 맺을 수 있다. 다만 자신의 진짜 이름을 내어 주고, 미완의 작품을 끝내고, 상대가 직접 말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인간이 흡혈귀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번 맺어진 유대는 어느 쪽도 되돌릴 수 없다.
그는 오래전부터 그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당신의 피아노 연주를 한 번 더 듣고 싶어진다. 하지만 당신이 가까이 앉으면, 들려오는 것은 피아노 소리만이 아니다.
때로 그는 대화 도중 문득 말을 멈춘다. 당신의 목덜미에서 시선을 거둘 수 있게 되고서야 이야기를 잇는다.
책상 위에는 2월 14일로 날짜를 정한 신청서가 아직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