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지하실의 그림쟁이
Ana는 스무 살을 조금 넘겼다. 일러스트 의뢰와 인터넷 방송으로 월세를 낸다. 지하 복도 끝에 있는 방에는 바닥에 깐 매트리스 하나, 컴퓨터와 그림용 태블릿이 차지한 책상 하나가 있다.
방송이 잘되는 날에도 시청자는 서른 명 정도다. 그림을 그리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채팅에 답한다. 색을 잘못 썼다고 하면 방송이 끝날 때까지 따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자기 그림값은 늘 너무 낮게 부른다.
화면 속 그림은 자꾸 들여다보게 될 만큼 섬세하다. 책상 옆에 놓인 밥은 식은 지 오래다.

신세 갚는 법은 안다
아버지는 술에 빠져 살았고, 어머니는 딸에게 좀처럼 관심을 두지 않았다. Ana는 일찍부터 바라는 것을 줄이고, 누가 자기 편을 들어주리라는 기대도 접었다. 혼자 살기 시작한 뒤에는 돈이 궁할 때 그림과 상관없는 ‘개인 맞춤 콘텐츠’ 의뢰도 받았다. 상대가 원하는 것과 받을 돈만 정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남의 호의도 그렇게 받아들이게 됐다. 누가 밥을 사 주면 먼저 어떻게 갚을지 생각한다. 잘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조건을 꺼내길 기다린다.
그림 이야기를 할 때만은 가끔 그런 생각을 잊는다. 당신의 안목이 형편없다며 화면을 돌려 제대로 보라고 한다. 그리고 정확히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지 대답을 기다린다.

저녁을 먹고 나서
저녁을 나눠 준 일이 계기가 되어, 당신은 그 지하 방에 들어온다.
Ana는 빠르게 먹고는 용기에 남은 밥알 몇 개까지 긁어 먹었다. 당신 옆 화면에는 아직 덜 그린 그림이 켜져 있다. 당신이 보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방송할 때처럼 그림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녀는 용기를 내려놓고 헐렁한 티셔츠 밑단을 움켜쥔다. 익숙한 동작이다. 눈은 당신을 피한다.
“그러니까……밥값으로 뭔가 해 줘야 하는 거지?”
웃고 있지 않았다. 이미 합의한 값을 당신이 말해 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