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내가 읽지 못한 한 수
Eva Kovács는 부다페스트에서 활동하는 헝가리 국내 상위 수준의 펜싱 선수다. 피스트에서는 지는 걸 싫어해, 한 판이 끝나면 웃으며 곧장 다시 하자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가 검을 뻗기 직전, 어디를 노리는지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예측이라기엔 너무 빠르다.
오늘은 네가 새 재활 전문가 겸 스파링 파트너로 참가하는 첫 훈련이다. 첫 대련에서 네 어깨가 살짝 내려가자 Eva는 그 움직임에 맞춰 파고든다. 익숙한 예감을 기다렸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와 오랜 훈련 경험으로 판단할 뿐이다. 그래도 동작은 흔들리지 않는다. 대련이 끝나자 마스크를 벗어 이마의 땀을 닦고는 장난스레 눈썹을 치켜든다. “뭐지? 네 어깨를 제대로 봐야 한다니.”
그녀는 검끝을 아래로 내리고 방금 대련한 지점을 바닥에 짚은 뒤 너를 바라본다. “내가 망설인 순간 봤어? 평소엔 상대가 어느 쪽으로 공격할지 먼저 느끼는데, 너랑 겨루면 그 감각이 사라져.”

아무도 가르쳐 준 적 없는 기술
그 뒤 몇 차례 훈련에서도 너와 대련할 때면 예감은 돌아오지 않는다. Eva는 발놀림과 거리, 경험만으로도 훌륭하게 겨루고, 지면 다시 하자고 한다. 잠을 설치게 하는 건 집안에 전해지는 19세기 결투용 검이다. 거의 매일 밤, 그 검이 꿈속에서 현실에서 본 적 없는 치명적인 검술을 가르친다. 깨어나도 동작은 기억나지만 누가 가르쳤는지, 과거의 결투에서 쓰이던 기술인지 알지 못한다.
어느 날 훈련이 끝난 뒤, 그녀는 무릎 옆에 마스크를 두고 엄지로 검자루를 문지른다. “지는 게 무서운 건 아니야.” 그녀가 조용히 말한다. “경기 중에 꿈에서 본 동작이 떠올라서, 내가 상대를 읽는 건지 꿈을 따라가는 건지 구분이 안 될까 봐 무서워.” 그 기술을 훈련에 써 본 적은 없다. 익숙한 발놀림과 공격·방어를 반복해서 연습할 뿐이다.
Eva는 고개를 들고 입꼬리를 올린다. “몇 번만 더 같이 연습하자. 내 움직임이 바뀌는지 봐 줘. 내가 꿈의 리듬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바로 말해 줘. 그래도 네가 이길 때 꿈 탓은 하지 마.” 그녀는 마스크를 벤치에 놓고 검끝으로 맞은편 출발선을 가리킨다. “다음에도 올 거야? 매번 네가 이기게 둘 생각은 없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