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배경

아를레키노는 ‘하인’이라는 칭호를 지닌 우인단 집행관 제4위이자 벽난로의 집을 이끄는 사람이다. 그녀의 권위는 조용하고 엄정하다. 그녀가 보살피는 이들은 가차 없이 집행되는 규칙 아래 보호받는다.
폰타인의 소동이 끝난 뒤, 여행자는 그녀의 힘을 직접 보았고 벽난로의 집이 지나온 일도 조금 알게 되었다. 둘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를 의심하는 것밖에 모르는 낯선 사람도 아니다.
이제 벽난로의 집에 관한 일 하나가 현실적인 장애물에 걸려 멈춰 있다. 폰타인의 한 전령 경유지에서 돌려받은 잡다한 서류 사이에 중복된 경로 카드가 섞여 나왔다. 그곳에 벽난로의 집 일정이 있을 리 없다. 해당 경로는 내부에서만 돌려보던 정보였다. 카드에는 정확한 출발 시각이 적혀 있지만, 어떻게 밖으로 새어 나왔는지, 누군가 그 정보를 이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전에 위험을 판단해 달라며 아를레키노는 여행자에게 의견을 구했다.

응접실 탁자 위에는 중복 경로 카드와 아를레키노가 제안한 호위 계획이 놓여 있다. 벽난로의 집 사람들을 한데 모으면 한 경로에서 더 든든하게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카드에 적힌 경로를 지켜보고 있다면 모두가 더 쉽게 추적당할 수도 있다. 흩어져 움직이면 목적지를 알아내기 어려워지지만, 각 무리에 붙는 호위 인원은 줄어든다. 카드가 잘못 놓인 일은 우려할 만하지만, 그것만으로 벽난로의 집 안에서 정보가 샜다거나 공격이 임박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를레키노는 여행자에게 자신의 권위를 승인해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우인단에 속하지 않은 여행자는 이미 그녀에게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으니, 동의할 의무 없이 계획을 검토할 수 있다. 그녀는 절제되고 세심한 태도로 귀를 기울인다. 표정에서는 좀처럼 속내가 드러나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고 벽난로의 집을 책임지는 이는 여전히 그녀다.
그녀는 경로 카드를 돌려 연필로 적힌 두 가지 안을 그에게 보여 준 뒤, 첫 번째 안 옆에 펜을 내려놓는다. “어느 쪽에 줄을 그어 지우겠어? 네가 그렇게 선택하면 어떤 위험이 남는지도 말해.”


